2016년 5월 21일 토요일

문지한국문학전집 핵심전집 B세트 [전광용, 안국선, 나도향, 이무영, 채만식, 이인직, 이광수, 강경애, 김남천]~

문지한국문학전집 핵심전집 B세트 [전광용, 안국선, 나도향, 이무영, 채만식, 이인직, 이광수, 강경애, 김남천]한국 농민문학의 선구자 이무영의 주요 단편 13편 수록이무영은 한국 문학사에서 농민문학의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소설은 크게 보면 농민의 삶을 다룬 것들과 일상적 도덕의 문제를 다룬 것들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작가 이무영의 개성을 성공적으로 드러낸 것은 전자의 작품들이다. [제1과 제1장](1939)은 이무영의 대표적인 귀농소설이다. [흙의 노예]는 [제1과 제1장]의 속편에 해당한다. 이 작품에서는 땅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흙의 아들’이자 ‘흙의 노예’로 살아온 김영감의 자살은 농촌 문제의 심각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문서방]은 농촌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의 가족을 잃은 슬픔과 더불어 농촌 생활에서 느끼는 기대감과 잔잔한 기쁨 등이 그려지고 있다. [농부전초]는 도시 지향적 인물인 아들과 농촌 지향적 인물인 아버지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아들은 도시에 나가 고학하며 성공을 꿈꾸지만, 아버지는 농사짓는 일만이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그 뒤 아들은 고위 공직자의 자리에 오른다. 어느 날 아들은 문득 20년간 잊고 산 아버지가 그리워지고 가족들과 함께 시골에 다녀오기로 한다. 장편소설 『농민』은 동학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여기에서는 양반에 의한 농민 수탈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맥령』에서는 궁핍한 농촌의 현실과 그 궁핍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부조리의 문제 등이 다루어진다. 예전에는 양반 등쌀에 농민이 못살았지만 이제는 조직적인 부조리가 농민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들 작품에서 작가 이무영은, 농민을 계몽의 대상이 아닌, 흙을 일구는 그들의 삶을 통해서 진실한 깨달음을 얻는 자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 그의 농민소설은 인간을 향한 긍정적 시선과 삶의 부조리한 면을 파헤치는 지식인의 냉엄한 비판 의식이 공존하고 있다. 1960년대 발표된 전관용의 소설에서 죽음은 타락한 삶을 넘어설 수 있는 윤리적인 가능성으로 떠오른다.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이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세속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내적인 자부심을 지닌 인물들을 예찬하는 것이다. 그들은 현실과 타협하며 물질적인 이해득실을 따지기 보다는 인간적인 자존감을 소중히 여긴다. 타락한 삶이 가져다줄 영속성에 대한 환상 대신에 좌절과 패배의 운명 속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다._김종욱, 작품해설 [죽음과의 대면과 삶의 윤리]에서창작열 불사르고 요절한 천재 작가, 나도향위태로운 정념과 부조리의 민낯을 경유하여 곤경의 극단에서 비로소 맛보는 자유너무 빨리 떠난 천재 나도향나도향은 한국 문단에서 이상·김유정과 더불어 이십대의 나이에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펜을 놓고 만 천재 작가 중 한 명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오랜 기획과 검토를 거쳐 주옥같은 그의 중단편 소설 11편을 [벙어리 삼룡이](한국문학전집 43)로 묶어냈다. 나도향은 3·1운동의 여파가 채 식지 않은 1920년, 생애 첫 소설 [청춘]을 탈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1926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6, 7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남긴 소설들은 단편 23편, 중편 1편, 장편 2편, 미정고 장편(유고) 1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엄선한 11편 중 나도향의 대표작으로 통설되는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뽕]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남긴 명작들이다. 명멸하던 불꽃이 마지막 빛을 발하고 스러진 셈이다. 초기의 낭만적인 경향을 탈피해 당대 현실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만의 재현 방식을 성취해나가던 중이었기에 나도향의 요절은 학계나 독자에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번 선집은 나도향이 개척해놓고 간 많은 가능성들을 밀착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위태로운 정념과 충동적 파괴욕의 근원나도향의 작품 세계는 후대 작가들뿐 아니라 영화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세대를 거치며 두세 번씩 리바이벌되기도 했다. 그가 예리하게 드러내준 인간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정념(情念)과 충동적인 파괴의 욕구는 예술인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매혹적 키워드인 것이다. 특히 [벙어리 삼룡이]의 경우, 우직한 하인 삼룡이가 주인네로부터 핍박받는 새아씨를 발화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지켜보다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목숨 바쳐 그녀를 구출해내는 장면으로 많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삼룡이가 새아씨를 향해 품는 연정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절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방화로 이어지는 그의 충동은 예술적 불온성의 전형으로 비친다. 그러나 삼룡이의 행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다. 그렇게 어여쁘고 그렇게 유순하고 그렇게 얌전한, 벙어리의 눈으로 보아서는 감히 손도 대지 못할 만치 선녀 같은 색시를 때리는 것은 자기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의심이다. (/ p.133)그러므로 삼룡이의 방화는 훼손되고 있는 미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자기 자신마저 화마에 내던져 희생함으로써 우리 문학사에 유례 드문 숭고미를 획득하고 있다. 방앗간의 변명―[물레방아]는 전혀 야하지 않다[물레방아]는 이현 이만희 조명화 감독에 의해 총 세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세부적인 설정에 차이를 보이긴 하나 원작에 담긴 에로티시즘과 폭력성 등 선정적인 요소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 서사를 대중의 시각에 맞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만일 나도향의 작품 세계가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호도되고 있다면 영화가 원작에 미친 영향을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접했거나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들은 대중들은 나도향을 야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즐겨 쓰는 소설가쯤으로 넘겨짚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오십대를 훌쩍 넘어선 자산가 신치규와 이십대 초반의 방원 처가 벌이는 불륜 행각은 지탄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 삼각 구도에서 아내를 재산가에게 빼앗긴 방원은 절대적 피해자로 설정되며 독자의 연민을 산다. 그러나 작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에 의해 방원의 비극은 스스로 초래한 것임이 밝혀지고 이 작품은 환원되는 운명을 주제로 삼아 통속의 범주를 단숨에 벗어난다. 운명을 거스르려 한 개인이 결국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작품의 플롯은 바로 이 지점에서 끊임없이 위치가 환원되는 방앗간의 물레를 통해 절묘하게 표상되고 있다. 방앗간은 이제 남녀가 밀회하는 공간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벗을 때가 된 듯하다.못난이들의 욕망과 부조리의 민낯[뽕]의 중심인물은 안협(安峽, 여인의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으로 다시 발원한 [탁류]1930년대, 자본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식민지 조선의 부조리한 현실을 하류에 이르면서 흐려지는 금강에 비유한 명작,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가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 마흔두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탁류]는 [태평천하]와 더불어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1937년 10월 12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총 198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되었으며 분량은 200자 원고지 2,300여 매에 달한다. 국내 유수의 대학들과 기관에서 내놓는 필독서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채만식의 장편소설 [탁류]를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시리즈의 산뜻하고 편안한 편집으로 만나보자. 철저한 원본 대조를 통한 정본화, 가독성은 높이되 작품에 녹아 있는 시대상을 보존하기 위해 생소한 어휘에 달아놓은 미주들, 작가의 생애가 한눈에 펼쳐지는 작가 연보와 작품 연보, 그리고 전공 교수들의 개성 있는 해설은 이 시리즈가 한국현대문학전집 시장에서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다. 돈에서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작품은 군산의 한 미두장에서 돈을 잘못 놀린 ‘정주사’가 자식뻘 되는 젊은이에게 모욕을 당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미두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쌀 선물거래다. 미두처럼 초고도로 복잡하게 파생된 자본증식 시스템은 끊임없이 유입되는데 그 앞에서 ‘정주사’와 같은 일반인은 구조적 모순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돈을 향한 마음만 자꾸 앞세우다가 주머니를 몽땅 털리고 만다. 채만식은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파탄으로 내몰고 마는 정주사의 이런 행태를 한 개인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몰락을 부추기는 사회의 병리적 구조를 감지했고 정주사의 물욕은 그 안에서 발견될 최초의 통점으로 삼은 것이다. 돈을 둘러싸고 온갖 모함과 사기가 횡행하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벌어지고 마는 모습은 비단 1930년대만이 아니라 8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여전한 사회상이다. 혼탁한 시절과 맞씨름하며 시대의 고난을 직관한 소설가채만식은 1925년 [조선문단]에 중편 [세길로]를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열정적인 창작열과 리얼리즘 정신으로 당대의 현실상을 매우 예리하게 형상화했다. 일제 식민지 정책이 강화되고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는 현실에서 그는 민족의 운명과 현실을 매우 부정적인 시선으로 파악한 작가에 속한다. 사람다운 삶이 그 뿌리를 상실한 채 부유하는 현실을 그는 마성적 자본주의의 폐해, 반민족적 작태의 문제성으로 직관하고, 그 현실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려는 열의를 보였다. 특히 채만식은 1934년부터 1938년 사이에 풍자를 통해 부정적 현실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소설들을 많이 발표했다. 만주사변 이후 일제 식민 통치는 강화되어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곤경도 심해지고 문화적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한마디로 청류(淸流)가 아닌 탁류(濁流) 같은 시절과 맞씨름하며, 소설로 시대의 고난을 증거하고 새로운 산문 정신을 열어나가고자 했던 작가가 바로 채만식이었다.파행적인 자본주의화에서 생겨난 독소[탁류]의 서사를 이끄는 인물은 초봉이다. 돈에 눈먼 아버지 정주사 때문에 사기꾼이자 호색한인 은행원 고태수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가는데 결혼한 지 열흘을 겨우 넘겨 악랄한 고리대금업자 장형보의 농간으로 남편 고태수는 탑삭부리 한참봉에게 맞아죽으며 그러는 사이 장형보는 초봉을 겁탈한다. 평소 초봉이 믿고 의지했던 약국 주인 박제호는 부인과 별거함과 동시에 초봉의 처지를 이용해 첩으로 들이는데 초봉이 딸 송희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욕정이 시들해져버리자 마침 송희의 친권을 주장하며 나타난 장형보에게 모녀를 떠넘겨버린다. 초봉은 제게 순종을 강요하며 아이를 학대하는 장형보를 맷돌로 쳐 죽이고 만다.이 소설은 어느 가련한 여주인공의 비극적 인생사로 요약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비극의 전개가 자본의 약육강식 논리에 좌우되고 있음을 눈치챈다면 이야기는 좀더 풍성하게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 사랑과 인륜과 도덕은 더 이상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역설과 반어의 작가 채만식의 대표 단편 8편 수록.1920~30년대의 자본주의적 현실 원리와 민중의 삶을 풍자적으로 포착하는 데 탁월했던 채만식. 사실주의와 풍자의 절묘한 조합으로 단편 문학의 묘미를 완성. 1930년대를 전후한 당시 정치 사회적 급변기의 한국 문단에서, 카프와 명맥을 같이 하며 창작과 비평에서 두드러진 족적을 남긴 작가 김남천. 그의 치열했던 문학 세계를 시기별로 조명할 수 있는 대표작 14편을 수록했다. 30년대 초, 예술운동의 볼세비키화론을 주장하며 노동운동과 직결된 작가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공장 신문」 「공우회」, 카프 검거를 전후하여 작가 자신의 옥중 체험을 소재로 한 「남편 그의 동지」 「물」, 카프 해산 직후 새로운 계급혁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김남천의 고발문학론과 함께 발표된 「처를 때리고」 「소년행」 「남매」, 전향문학의 백미로 일컬어지며 전형적 지식인 인물을 내세워 일제 말기 민족의 현실을 소설화한 연작 「경영」 「맥」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근대소설사와 이광수 개인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편 8편 수록.이광수가 우리말로 쓴 최초의 창작 단편으로 개화기 신소설의 분위기가 담겨 있는 「무정」, 혼인 제도 등 당시 사회의 인습과 제도에 대한 과감한 비판을 담은 「소년의 비애」, 우리나라 최초의 서간문 형태 소설로 알려진 「어린 벗에게」, 지식인의 내면적 갈등과 자아 탐구의 과정에 치중한 「방황」, 1920년대 사회적 급변화의 물살 속에서 우회적으로 작가의식을 표출한 「가실」과 「거룩한 죽음」, 춘원의 옥중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성에 대한 관찰자적 시선의 탐구물인 「무명」 등 한국 근대문학의 장르와 소재, 주제 탐구 면에서 꼼꼼히 고찰해야 할 중요 작품들. 택호)집이다. 그녀는 '촌구석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데다가 먼저 안 것이 돈'이다. 일찍이 ‘반반한’ 외모 탓에 욕망의 대상이 되었고 육체와 교환되는 재화는 노동이 보장해주는 그것과 비교가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런 한편으로 정상적인 노동 활동은 계속 시도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녀가 속한 세계에는 이미 부당과 편법이 고착되어 있다. 노름 밑천을 얻기 위해 아내의 외도를 묵인하는 남편, 하인 삼돌에게 절도를 종용하는 주인 노파, 안협집의 몸을 취하고 고발을 취하해주는 ‘뽕지기’ 등,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물질과 욕망의 아수라장에서 비위를 묵과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이런 장면들을 목격한 독자는 안협집이 과연 스스로 타락했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수렁으로 끌어내렸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것이다. 만만치 않은 주제에도 불과하고, 안협집을 끈질기게 욕망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삼돌이, 자존심은 있으나 아내를 보호하지 못하는 노름꾼 남편 김삼보의 태도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못난이들의 욕망은 상대적으로 못나지 않은 자들의 그것에 비해 노골적으로 경멸을 당하며 너무나 큰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안협집의 ‘행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람에 한차례 소요를 겪은 뒤 김삼보 안협집 부부가 말없이 서로의 과오를 감싸는 마지막 장면은 세계의 부조리 앞에 개인은 철저히 무능할 수밖에 없는, 무능해야만 하는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주고 있다.곤경의 극단에서 맛보는 불안의 자유나도향은 불안한 시대에 살면서도 그 불안에 강박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유를 찾으며 소설가로서의 독자성을 확보해냈다. 그가 불안한 현실을 문학적으로 향유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 특히 인물을 곤경의 극단까지 내모는 데서 도드라진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소설을 통해 맨 마지막까지 한번 치달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을 저당 잡혀 겨우 마련한 돈을 이발소 여종업원의 무의미한 미소에 홀려 팁으로 탕진해버린 가난한 하숙생([여이발사])과 낮은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를 급우들과 선생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열두 살 소년([행랑 자식]),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일자리는 찾지 못한 채 기생에게 빠져버리며 끝내 좀도둑으로 몰리고 마는 몰락한 양반([지형근])을 구원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인물과 배경을 창조한 나도향은 마치, 어떠한 상황이든 그 끝을 생각해두고 있으니 마음껏 덤벼보라고 세상을 향해 외친 듯하다. 그러므로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궁핍도 쇄약한 몸도 그를 속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운명은 그런 그에게 폐병을 주어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나도향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책임 편집 | 우찬제서강대학교 경제학과와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저서로 [욕망의 시학] [상처와 상징] [타자의 목소리: 세기말 시간의식과 타자성의 문학] [고독한 공행: 밀레니엄 시기 소설 담론] [텍스트의 수사학] [프로테우스의 탈주] [불안의 수사학] 등이 있음. 금전과 교환되는 재화에 지나지 않는다. 초봉은 마음을 두고 있던 예비 의사 남승재가 아닌 고태수를 사위로 점찍은 아버지의 계획이 야속하지만 어느새 고태수의 재력이 가져다 줄 편의를 인정하고 순응하게 되고 초봉이라는 한 개인의 육체와 이상을 돈으로 살 수 있음을 목격한 장형보나 박제호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초봉은 남자들의 비뚤어진 권력 구조 속에서 반평생을 시달리느라 얌전하고 순종적이던 성격이 사람을 죽일 만큼 독기를 품게 된다. 초봉이 자신을 놓고 박제호와 정형보가 벌이는 협잡에 피를 토할 듯 저주하는 장면은 짙고 묵직한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나중에 저지를 살인를 암시한다.'내가 느이허구 무슨 원수가 졌다구 요렇게두 내게다 핍박을 하느냐? 이 악착스런 놈들아!...... 아무 죄두 없구, 아무두 건디리잖구 바스락 소리두 없이 살아가는 나를, 어쩌면 느이가 요렇게두 야숙스럽게...... 아이구우 이 몹쓸 놈들아!'(/ p.478)여전히 오늘의 이야기초봉의 동생 계봉과 초봉이 처음에 맘에 두었던 예비 의사 승재는 [탁류]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이다. 채만식은 초봉의 서사와 계봉-승재의 서사를 함께 엮어나가는 동안 초봉으로 대변되는 하층 서민들이 겪는 애환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진단해본다. 작품 후반에 부의 편중을 우려하는 계봉과 승재의 대화는 자못 의미심장하며 다들 인지하다시피 그 시의성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쎄 제가 가난허구 싶어서 가난한 사람이 어딨수?''그거야 사람마다 제가끔 부자루 살구 싶긴 하겠지......''부자루 사는 건 몰라두 시방 가난한 사람네가 그닥지 가난하던 않을 텐데 분배가 공평털 않아서 그렇다우.''분배? 분배가 공평털 않다구?......' (/ p.597)2014년 지금 이곳은 여전히 80여 년 전의 군산이고 우리 곁에는 아직 수많은 초봉이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가난이 마치 죄인 양 자본의 질서에 수긍하고 순종해야만 실오라기 같은 삶이나마 유지할 수 있다. 오늘이 고달프고 내일도 아득한 사람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자본은 끊임없이 증식하고 있고 불어난 돈은 계속해서 어느 한쪽으로만 몰린다. 채만식은 탁류의 한가운데 서서 청류가 흐르는 강을 꿈꾸며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한번 흐려진 물이 다시 맑아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던 듯 다음과 같은 서술을 남겼다. 물화와 돈과 사람과, 이 세 가지가 한데 뭉쳐 생명 있이 움직이는 조그마한 거인은 그만한 피비린내나, 뉘 집 처녀가 생애를 잡친 것쯤 그리 대사라고 두고두고 잊지 않고서 애달파할 내력이 없던 것이다. [......] 그러는 동안 거인은 묵묵히 걸음을 걷느라, 물화는 돈을 따라서, 돈은 물화를 따라서, 사람은 그 뒤를 다라서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 흩어지고, 그리하여 그의 심장은 늙을 줄 모르고 뛰어...... (/ pp.490~491)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 [태평천하] 등에서 보여준 채만식 특유의 풍자와 해학과 냉소 덕에 어려움 없이 책장이 넘어간다. 한 작품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모든 조건을 갖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날카로운 인식으로 세태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문제의식의 가지를 넓게 뻗는 소설, 그러면서도 경쾌한 호흡과 생동감 있는 인물을 통해 서사의 재미를 안겨주는 소설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탁류]를 책장 맨 위에 꽂아놓게 될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으로 출간된 채만식의 소설단 편 선 [레디메이드 인생](한국문학전집 4)장편소설 [태평천하](한국문학전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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